EU 포장재 재활용 규제 강화, 한국 수출 기업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
유럽연합(EU)이 2026년 8월부터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시행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 규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 규정은 EU 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포장재의 설계, 사용, 수거, 재활용 전 과정에 지속가능성 기준을 적용합니다. 특히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PPWR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포장재의 재활용 가능 비율에 따라 A·B·C 등급을 부여하고, 재활용 가능 비율이 70% 미만인 포장재의 시장 출시를 제한할 방침입니다. 2038년부터는 이 기준이 더욱 강화되어 재활용 가능 비율이 80% 미만인 C등급 포장재도 퇴출 대상이 됩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주요 부서와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산업가속화법(IAA),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핵심 통상 현안과 함께 포장재 재활용 규제에 대한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정부는 EU의 산업가속화법(IAA) 논의 과정에서 유럽 현지에 장기간 투자하며 생산, 고용, 공급망 구축에 기여해 온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제도 설계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부각하며 규제 적용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산업부는 한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과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제도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국내 산업계의 의견이 세부 지침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하며, 제도 해석 및 기업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한-EU 상시 협의 채널 구축도 제안했습니다. 이는 복잡한 실사 의무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기업들의 행정·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U는 현재 철강, 알루미늄 등 일부 기초소재를 중심으로 CBAM을 시행하고 있으며, 향후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하류 제품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산업부는 제3자 검증 절차와 적용 대상 확대 과정에서 기업들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공급망 구조가 복잡한 제품의 경우 품목 선정 및 시행 시기를 결정할 때 현실적인 준비 기간과 이행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산업부는 덧붙였습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CBAM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규제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하여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재활용성 향상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이 연구는 EU의 재활용성 및 포장 최소화 기준과 국내 포장재 관련 법·제도를 비교 분석하여 국내 수거·선별·재활용 여건에 맞는 '국내형 PPWR 재활용성 기준'과 포장 최소화 기준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U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 연구는 포장재의 재질과 구조뿐 아니라 실제 수거율, 선별 가능성, 재활용량 등을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합니다. 현행 평가에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실제 현장 재활용률이 낮은 품목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가능한 품목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국내 재활용 시스템의 실질적인 효율성을 높이고, EU 규제에 부합하는 포장재 개발을 유도할 방침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EU의 제도 변화가 한국 기업의 경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기업 의견을 국제 협의 과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입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환경 규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근 EU의 규제가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공급망과 산업 경쟁력까지 연결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대응이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 간 긴밀한 협의와 국제 공조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