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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한국 산업 규제 협의 요청…공급망 재편 속 한국 기업 영향 주목

중앙저널업데이트 2026.09.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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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새로운 산업·환경·공급망 규제와 관련하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위급 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협의는 EU의 산업정책 재편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장희 신통상전략지원관을 단장으로 한 한국 대표단은 2026년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EU 집행위원회 수석부집행위원장실, 법무총국, 조세총국, 성장총국, 통상총국 등 주요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번 방문은 지난 9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스테판 세주르네 EU 수석부집행위원장 간 면담의 후속 조치로 이루어졌다.

한국 정부는 EU 산업가속화법(IAA)이 공공 조달 및 보조금 등 공공 지원 제도에 유럽 원산지 및 저탄소 기준을 적용하여 역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EU 내에서 오랜 기간 투자, 고용, 생산 및 공급망 구축에 기여해 온 점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자동차, 철강, 원전 등 분야에서 파트너국 동등성 원칙을 예측 가능하고 일관되게 적용해 줄 것을 강조했다.

산업가속화법은 EU가 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이 법안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 EU 역내 생산을 장려하고, 외부 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 정부의 요청은 이러한 정책이 한국 기업의 기존 투자와 미래 사업 기회에 불이익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과 관련하여 한국은 기업들이 지침을 명확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 한국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제도 해석 및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한-EU 상시 협의 채널 구축을 제안했다. CSDDD는 기업들에게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및 인권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며, 이는 한국 수출 중심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CSDDD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를 공급망 전체로 확장하여, 협력업체의 환경 및 인권 문제까지 기업이 책임지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다. 한국 기업들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어, 이 지침이 시행될 경우 실사 비용 증가와 함께 새로운 법적, 평판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업계의 현실적인 이행 가능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소통 채널 구축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입장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해서는 제3자 검증 및 하류재 확대에 따른 기업의 비용 및 행정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는 강조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가전 등 공급망이 복잡한 제품의 경우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를 정할 때 기업의 현실적인 이행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EU는 2026년 1월부터 철강, 알루미늄 등 기초 소재를 중심으로 CBAM을 시행 중이며, 자동차 부품, 가전 등 하류 제품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한국의 철강, 화학 등 탄소 다배출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하류재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이나 가전제품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 규제에 적응할 시간을 벌고, 불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EU 측에 유연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협의를 통해 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디지털, 핵심 광물 등 미래 통상 분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김장희 국장은 2026년 9월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EU의 산업·공급망·환경 관련 제도 변화는 우리 기업의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통상 환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의 이러한 산업정책 재편은 한국 기업들에게 규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주요 협력 대상으로 부상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 제조업계는 첨단기술 패권 경쟁과 원자재 공급망 불안정 등 다양한 산업 안보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고위급 협의는 한국과 EU가 복잡해지는 글로벌 통상 환경 속에서 상호 협력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EU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동시에 새로운 협력 분야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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