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워싱 규제 임박, 한국 기업 '탄소중립' 표현 재검토 시급
유럽연합(EU)의 '녹색 전환을 위한 소비자 역량 강화 지침(ECGTD)'이 오는 9월 2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지침은 기업들이 제품이나 광고에 사용하는 모호한 친환경 주장을 규제하며,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표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 규제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대응이 요구된다.
ECGTD는 기업이 '친환경', '생태친화적', '기후 친화적' 등 포괄적인 환경 관련 주장을 할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와 독립적인 제3자 검증을 의무화한다. 특히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에만 의존한 '탄소중립' 또는 '기후중립' 주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실제 배출량 감축 노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인증 제도에 기반하지 않은 자체 제작 지속가능성 라벨의 사용도 제한된다.
이 지침은 EU 내 모든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EU 외부에 설립된 기업이라도 EU 시장에 제품을 공급한다면 규제 대상이 된다. 실용 ESG(Practical ESG)가 2026년 7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2026년 9월 27일까지 이 지침을 자국 법률로 전환해야 하며, 위반 시 기업 연간 매출액의 최소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4년 9월 국내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그린워싱에 대한 기업의견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5%가 '그린워싱 기준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한, 61%의 기업은 그린워싱 대응 전담 부서나 인력이 없으며, 48%는 관련 내부 시스템이나 절차를 구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U의 강화된 그린워싱 규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고 대응 체계도 미흡함을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린워싱 규제 체계 통합 운영 및 제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3년 9월 1일부터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하여 시행했으며, 환경부는 2023년 11월 '친환경 경영활동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지침들은 환경성 표시·광고의 진실성, 명확성, 구체성, 실증성 등을 강조한다.
국내 기업들은 EU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포장, 광고, 홈페이지, ESG 보고서 등 모든 환경 관련 표현을 점검하고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표현은 탄소 상쇄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실제 배출량 감축 노력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체 제작한 친환경 인증 마크나 지속가능성 라벨 대신 EU 또는 회원국이 인정한 공식 인증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CGTD는 공급망 내 모든 사업자의 친환경 주장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므로, 하청업체 및 협력사의 환경 관련 주장까지 검증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린워싱 대응을 위한 전담 부서나 인력을 배치하고, 관련 내부 시스템 및 절차를 구축하여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EU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영 전략 및 마케팅 활동을 재정비하고,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EU의 그린워싱 규제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EU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EU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인 규제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EU의 강화된 그린워싱 규제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기업들은 친환경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보, 공식 인증 활용, 공급망 관리 강화, 내부 시스템 구축 등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