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COP31서 'AI 안탈리아 서약' 추진…한국 산업계 영향 주목
튀르키예가 오는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안탈리아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 '안탈리아 AI 서약'을 추진한다. 이 서약은 인공지능(AI) 산업의 에너지 사용 투명성을 확보하고 청정에너지 활용을 촉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과 그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산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튀르키예는 지난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안탈리아 AI 서약' 추진 계획을 발표했으며,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협력하여 COP31 개최 전인 10월 27일 서약 초안을 공개했다. 서약 전문에 따르면 AI의 설계부터 전력 공급, 활용, 환경 영향 측정 등 전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반영한다.
'안탈리아 AI 서약'의 주요 내용은 AI 인프라의 지속가능한 운영, AI 시스템의 책임 있는 설계 및 관리, 환경 영향 측정 및 보고, 기후 대응을 위한 AI 기술 및 금융 지원 등 네 가지 분야로 구성된다.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무탄소·저탄소 전력 사용 확대, 냉각 효율 및 물·에너지 효율 개선, 전력 인프라 비용 배분 등을 포함한다. 이는 AI 관련 기업들에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무라트 쿠룸 튀르키예 환경·도시화·기후변화부 장관은 AI의 에너지 소비 증가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정부가 관련 기준을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에게 에너지 사용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청정에너지로 사업을 운영할 것을 촉구하며,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6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가 2030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3%에 해당하며, 데이터센터 전력의 약 30%가 석탄, 26%가 천연가스 발전에서 생산되는 등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산업의 탄소 배출량 증가 우려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다.
튀르키예는 COP31 의장국으로서 '이행의 COP'를 목표로 청정에너지 전환, 폐기물 감축, 기후 회복력 강화, 친환경 산업 전환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튀르키예는 2026년 10월 공개된 COP31 의장국 자료에서 2035년까지 글로벌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 비중을 현재 수준에서 35%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전력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AI 산업의 전력 소비 증가 추세와 맞물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압박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 등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발달한 국가로서,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감축을 추진하면 투자 및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 정부는 COP31을 앞두고 57개국 주한외교단과 '2026 기후위기 대응 글로벌 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하여 기후행동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상설 기후시민회의 출범 경험을 공유하고, COP30 합의사항의 이행과 COP31 협상 전망, 국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한국이 국제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은 Pre-COP31에 참석하여 기후취약국 지원, 1.5도 목표 달성, 기후재원 접근성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은 '전기국가'를 표방하며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튀르키예와 호주가 추진하는 전기화 관련 논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는 AI 산업의 청정에너지 전환 요구에 대한 국내 대응 방향을 시사한다.
한국 산업계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여 새로운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감축 목표와 함께 산업별 기술 전환 일정, 전력 공급 계획, 금융 지원 체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효과적인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업들이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안탈리아 AI 서약'은 AI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며,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서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국제사회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대응은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