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PTPP 가입 공론화 본격화… 산업통상부, 국익 최우선 검토 천명
한국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공론화 및 의견 수렴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026년 8월 27일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이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 우선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교역 질서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CPTPP는 2018년 발효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현재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협정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거대 무역 블록을 형성하며, 95% 이상의 높은 관세 철폐율과 디지털, 지식재산권, 금융 등 광범위한 분야의 자유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개방은 참여국 간 경제 통합을 심화하고 새로운 무역 기회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현재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11개국이 CPTPP 가입을 신청하며 그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CPTP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통상 규범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가입은 이러한 국제 통상 질서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CPTPP 가입을 통해 한국의 수출 시장 확대, 공급망 안정화, 통상 규범 참여 확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된 수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의 대외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중 무역 전쟁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이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 바 있다. KDI는 자본 집약적 산업과 고기술 산업에 대한 집중 지원 및 투자·수출 인프라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전략이 CPTPP 가입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CPTPP 가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농어민과 일부 산업계에서는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에 따른 부담과 경쟁 심화를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외국산 농수산물 및 공산품 유입 증가로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충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과거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정부의 소통 부족 지적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현장의 우려를 경청하고 정책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투명하고 포괄적인 공론화 과정이 성공적인 가입 추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는 CPTPP 가입을 최종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며, 가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격적인 공론화와 의견 수렴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향후 회원국들과의 협상, 국내 법규 정비, 국회 비준 동의 등 복잡하고 긴 과정이 남아있다. 정부는 속도보다는 국익을 극대화하고 사회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026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변화'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대외 리스크로 꼽았다. 협회는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CPTPP 가입 논의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이는 한국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시사한다.
CPTPP 가입은 단순히 관세 인하를 넘어 디지털 무역, 지식재산권 보호, 노동 및 환경 기준 등 포괄적인 통상 규범을 포함한다. 따라서 한국은 가입 시 이러한 새로운 규범에 대한 국내 제도 정비와 기업들의 적응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번 CPTPP 가입 공론화는 향후 한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