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전면 시행, 한국 수출기업 탄소 비용 현실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8월 8일 오전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한국 제조업 수출 기업들이 탄소 비용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이 제도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6개 고탄소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 실제 비용을 부과한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재평가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BAM은 EU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Fit for 55' 입법 패키지의 핵심 법안이다. 탄소 누출 방지를 목적으로 하며, 탄소 누출은 EU와 같이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의 제조업 생산 시설이 규제가 덜한 국가로 이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탄소 집약적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CBAM 시행에 따른 수출 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특히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중화학공업은 탈탄소화가 어렵고 국제적 비용 경쟁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EU 수출액 중 CBAM 대상 품목 수출액은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이에 한국 정부는 수출 기업의 CBAM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관계 부처는 총 15건의 지원 사업을 제공한다. 이들 사업은 탄소 배출량 산정·보고·검증 대응 역량 강화, 탄소 배출량 감축, 기업 담당 인력 역량 강화 등 세 가지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지원 내용은 탄소 배출량 산정·보고·검증 컨설팅 및 계측기·소프트웨어 보급이다. 실제 탄소 배출량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할증된 '기본 탄소 배출량'이 적용되어 탄소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정확한 배출량 산정을 돕는다. 또한 탄소 배출량 감축 설비 투자 지원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 탄소 비용을 절감하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기업 담당 인력 교육 및 설명회도 확대 운영하여 제도 이해를 돕고 실무 역량을 강화한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기업들이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CBAM으로 인한 비용 충격이 처음 예측보다 치명적이지 않을 수 있으며, 생산·수출 전략을 변경하면 오히려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탄소 공정 중심의 설비를 가진 업체는 부담이 커지겠지만, 스크랩 비중을 늘리거나 전기로(EAF)·수소 환원철(HDRI) 등 저탄소 공정을 도입한 업체는 EU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생산 구조 재편의 속도와 비용, 그리고 거래 상대국의 검증·인증 요구가 최종적인 재정적 영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제철사들은 이미 저탄소 전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출 포트폴리오 내 고탄소 제품의 비중, 공정별 배출 자료의 가용성, 협력사들의 전환 속도에 따라 기업별·제품별 수출 비용 차별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 CBAM의 전면 시행은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무역 장벽이자 동시에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업 스스로의 적극적인 탄소 배출량 관리 및 저탄소 생산 공정으로의 전환 노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