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2028년 품목 확대 논의…한국 수출 기업 공급망 관리 비상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돌입하며 EU 수입업자들의 인증서 구매 의무가 시작됐다. EU는 2028년 1월부터 CBAM 적용 품목을 확대할 예정이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원재료뿐 아니라 중간재 및 최종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들어섰다. 확정 기간부터는 EU 수입업자가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하고 제출해야 한다. 이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EU-ETS)의 주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2026년 3분기에는 톤당 80유로를 넘어섰다.
현재 CBAM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EU는 2028년 1월부터 적용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철강·알루미늄 관련 약 180개 다운스트림 제품으로의 제한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ENVI)는 플라스틱·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소비재 및 기타 제조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확대를 제안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유럽의회는 2026년 9월 16일, CBAM 개정안에 대한 협상 입장을 채택하며 규제 대상 품목을 수백 개의 하위 제품으로 확장하기로 가결했다. 여기에는 기계류, 하드웨어 및 제작물, 차량 부품, 가전제품, 건설 장비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품목 확대는 한국 수출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철강/알루미늄 부품 포함), 기계류, 건설 장비 등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의 기업들은 직접적인 비용 부담과 복잡한 행정 절차 및 엄격한 보고 의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관세청은 EU의 품목분류 기준인 CN코드(8자리)와 한국의 HSK 코드(10자리)를 일대일로 매칭한 'EU CBAM 규제품목 한·EU 품목번호 연계표'를 공개하여 기업들이 규제 대상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10월 8일(현지시각) EU CBAM이 미국 기업과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USTR은 CBAM이 미국 기업의 생산비, 행정 부담, EU 시장 접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중소기업과 근로자, 직접 수출 기업뿐 아니라 해외 거래처를 통해 EU에 제품을 공급하는 간접 수출 기업도 포함된다.
USTR은 특히 CBAM이 미국 기업을 EU나 제3국 기업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USTR은 부정적 영향을 바로잡기 위한 적절한 대응 조치에 대한 의견도 요청했으며, 의견 제출 마감일은 2026년 11월 9일이다. 이번 조사는 보복 관세 부과나 별도의 무역 구제 조치 착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EU의 CBAM 확대안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향후 미-EU 통상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AM 확정 기간 돌입과 품목 확대 논의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 산정 및 관리 체계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 EU 수입업자는 수출 기업의 실제 탄소 배출량 자료를 확보하거나 EU가 정한 기본값을 사용해야 하는데, 기본값에는 할증이 포함되어 실제 배출량보다 더 많은 인증서를 구매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산정하고 검증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CBAM 대응 실무 매뉴얼을 발간하고, 기업 설명회 및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등 국내 기업의 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는 EU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 측정 및 산정, 검증 보고서 발급 등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관세청은 수출 기업이 자사 수출 물품의 CBAM 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EU 품목분류 사전심사 신청 가이드북'을 배포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 친환경 소재 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중장기 경영 전략과 연계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관련 제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