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확정 기간 10개월, 미국 USTR 영향 조사 착수… 한국 기업 '실측 데이터' 확보 필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 확정 기간에 돌입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들은 탄소 비용 부담과 행정적 의무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0월 8일 연방관보를 통해 CBAM이 미국 기업과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하며 국제 통상 환경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탄소집약 품목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전환 기간에는 분기별 보고 의무만 있었으나, 2026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확정 기간에는 연 1회 CBAM 인증서를 구매하고 데이터 검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확정 기간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EU 역내 수입업자가 '승인된 CBAM 신고인(Authorized CBAM Declarant)' 자격을 취득하고 연간 단위의 CBAM 신고 체계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은 EU 수입업자에게 정확하고 검증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 전환 기간에는 실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경우 EU가 제시한 기본값이나 추정값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확정 기간부터는 공장 실측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실측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으면 할증된 '기본 탄소배출량(Default Value)'이 적용되어 탄소 비용이 크게 증가하거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수출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산정하고, 이를 공인된 제3자 검증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는 2026년 수입분부터 적용되며, 실제 인증서 구매는 2027년 2월부터 시작되어 2027년 9월 30일까지 제출을 완료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EU-ETS)의 주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10월 8일 연방관보를 통해 CBAM이 미국 기업의 생산비, 행정 부담, EU 시장 접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USTR은 CBAM이 미국 기업을 EU 또는 제3국 기업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으며, 부정적 영향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의견 제출 마감일은 11월 9일이다.
이번 조사는 EU가 CBAM 적용 품목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이루어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산업기계,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철강·알루미늄 가공제품 180개를 추가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며, 목표 시행 시점은 2028년 1월이다. EU 이사회는 300개 이상, 유럽의회는 457개 제품으로 확대하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최종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품목 확대는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하류 산업에도 CBAM 비용 부담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CBAM 시행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관계 부처는 CBAM 대응 실무회의를 통해 3대 분야 15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탄소 배출량 산정·보고·검증 대응 역량 강화, 탄소 배출량 감축, 기업 담당 인력 역량 강화 등이 포함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의 CBAM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탄소 배출량 산정 MRV(측정·보고·검증) 인프라 구축 및 검증 보고서 작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EU 품목분류 사전심사 신청 가이드북을 배포하여 수출 기업이 자사 수출 물품의 CBAM 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는 EU 수입 통관 시 적용되는 품목 번호에 따라 CBAM 대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정부 지원책을 적극 활용하고, EU의 규정 변화와 미국의 통상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정확한 실측 데이터 확보와 공인 신고인과의 협력은 CBAM 확정 기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