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확정 기간 돌입, 한국 기업 '공급망 탄소 관리' 비상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돌입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졌다. 전환 기간과 달리 올해부터는 연 1회 CBAM 인증서를 구매하고 탄소 배출량 데이터 검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CBAM의 무역 장벽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더욱 면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탄소집약 품목에 대해 탄소 배출량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6년 확정 기간의 핵심 변화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 및 검증 의무가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수출 기업들이 직면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확정 기간부터는 공장 실측 데이터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전환 기간에는 EU가 제시한 기본값이나 추정값을 활용할 수 있었으나, 2026년부터는 실측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되거나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원료 채굴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 평가(LCA) 기반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내부 측정·보고·검증 시스템(MRV)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실제값으로 보고하는 기업은 EU 국가 인정 기구에서 인정한 검증 기관으로부터 연 1회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검증 기관은 CBAM 등록부를 통해 검증 보고서를 직접 제출해야 하므로, 기업들은 신뢰할 수 있는 검증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절차다.
2026년부터는 '공인 신고인(Authorized Declarant)'만이 EU로 CBAM 대상 품목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아직 등록하지 않은 기업은 EU 현지 수입업체와 협력하여 CBAM 등록부에 수입자 등록을 완료해야 한다. 이는 수출 절차의 핵심적인 변화로, 기업들은 등록 기한을 놓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CBAM 인증서 구매 및 제출은 2026년 수입분부터 탄소 비용이 발생하며, 실제 구매 및 제출은 2027년 2월부터 시작되어 2027년 9월 30일까지 완료해야 한다. 인증서 가격은 EU 배출권거래제(EU-ETS)의 주간 평균 경매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므로, 기업들은 시장 가격 변동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026년 10월 8일 연방관보를 통해 EU CBAM이 미국 기업과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USTR은 CBAM이 미국 기업의 생산비, 행정 부담, EU 시장 접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며, 특히 CBAM이 미국 기업을 EU나 제3국 기업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의견 제출 마감일은 2026년 11월 9일이다.
이번 USTR 조사는 CBAM이 철강·알루미늄 가공제품 등 하위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논의되는 시점에 이루어져 주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산업 기계와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철강·알루미늄 가공제품 180개를 추가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며,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도 추가 품목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품목 확대 시 한국 수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CBAM 확정 기간 돌입과 미국의 조사 착수에 따라 탄소 배출량 관리 및 비용 부담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탄소 데이터 관리 전담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CBAM 양식에 맞춘 탄소 데이터를 요구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EU가 제시하는 기본값은 실제 배출량보다 높게 산정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실제 배출량을 산정하고 EU가 인정한 기관의 검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위해 합동 설명회, 탄소 배출량 측정 계측 설비 구축 및 검증 비용 지원, 컨설팅, 실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CBAM은 단순한 세금 부과를 넘어 탄소 데이터를 증명하지 못하면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CBAM을 새로운 무역 환경 변화로 인식하고,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