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휴머노이드 경쟁…승부처는 ‘AI 데이터’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하드웨어 제작 기술에서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정교한 로봇 몸체를 만드는 것이 승부처였다면, 이제는 로봇이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AI 두뇌의 완성도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AI를 고도화하는 성패가 알고리즘 자체보다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확보한 로봇 학습 데이터는 약 50만 시간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 적응하는 휴머노이드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천만 시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론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구글과 피지컬 인텔리전스, 피겨 AI 등 미국 기업들은 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거나 사람이 시연하는 영상을 학습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대규모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로봇을 실제 공장과 물류센터, 가정 등 실제 현장에 직접 투입해 날것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돌발 변수가 많은 현실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전역에는 실제 환경을 재현한 로봇 데이터센터 64곳이 운영 중이며, 20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미국 피겨 AI의 물류창고 작업 영상에 대해 중국 개발자들이 "실험실 환경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중국 정부는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말까지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1만 대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은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자본 역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야로 몰리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분야 투자 규모는 2024년까지 연간 200억 위안 미만이었으나, 지난해 약 400억 위안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7월 중순 기준 이미 1000억 위안(약 22조 원)을 돌파했다. 중국 스타트업 에이지봇 등도 내년까지 누적 1만 대 이상의 로봇을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기업들 역시 중국이 가진 현장 데이터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로봇용 AI 기초 모델인 'GR00T'를 개발하면서 중국의 로봇 전문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첨단기술 통제가 강화되는 국면에서도 중국의 방대한 제조 생태계와 현장 데이터가 지닌 가치를 인정한 행보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