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병동이 곧 무대…소아병동 지킨 마술사의 12년

중앙저널업데이트 2026.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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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병실 문이 열리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카드가 사라지고 손수건이 색을 바꾸는 순간마다 링거를 꽂은 작은 손들이 박수를 쳤다. 12년째 매주 소아병동을 찾는 마술사 이야기다.

그는 처음 병동을 찾았던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오랜 치료로 웃음을 잃은 아이가 마술을 보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던 순간, 그는 이 일을 멈출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후 12년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말이면 어김없이 병동 복도에 섰다.

무대 장치도, 조명도 없다. 그의 무대는 좁은 병실과 복도, 관객은 치료 중인 아이들과 지친 보호자들이다. 그는 "거창한 마술이 아니라 아이 눈높이에 맞춘 작은 놀라움이면 충분하다"며 "그 짧은 순간만큼은 아이가 환자가 아니라 그냥 아이가 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곁을 지키다 먼저 떠나보낸 아이도 있다. 그는 "슬픔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내가 줄 수 있는 건 병을 낫게 하는 힘이 아니라, 아픈 시간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기억"이라고 했다. 그의 가방 속 카드는 오늘도 다음 병실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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