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월 외환보유액 4,422억 달러 역대 최대 증가…한은, 순위 비공개 전환 배경은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026년 8월 말 기준 4,422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43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5일 밝혔다. 이는 2009년 5월 기록했던 종전 최대 월간 증가폭인 142억 9,000만 달러를 경신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와 외화자산 운용수익, 그리고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를 꼽았다.
특히 한국은행은 이번 발표부터 약 25년 6개월 만에 외환보유액의 국제 순위 공개를 중단했다. 한국은행은 단순 순위 비교가 국가의 대외 건전성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며, 금 가격 변동 등으로 순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8월 외환보유액 증가는 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 외화예수금은 기업이나 개인의 외화예금과 달리 은행이 한국은행에 맡긴 외화자금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수출 등 경상거래를 통해 확보한 외화를 은행에 대거 예치하면서,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맡길 수 있는 외화 여유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2026년 7월 말 기준 1,283억 4,000만 달러로 한 달 새 150억 1,000만 달러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밝혔다. 이 중 기업예금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6년 8월 중 미 달러화 약세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의 2026년 9월 5일 발표에 따르면, 8월 중 미 달러화 지수는 0.2% 하락한 반면, 달러 대비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는 각각 0.5%, 호주달러화 가치는 1.9% 상승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유로화 등 다른 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어나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외환보유액 구성 자산 중 달러 외 통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별로는 유가증권이 3,870억 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70억 7,000만 달러 증가했으며, 예치금은 303억 달러로 71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이 2026년 9월 5일 밝혔다. 유가증권과 예치금이 전체 외환보유액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별인출권(SDR)은 157억 7,000만 달러로 소폭 증가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의 국가의 준비자산도 약간 증가했다. 금 보유량은 매입 당시 장부가격을 유지하여 47억 9,000만 달러로 변동이 없었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국제 순위 공개를 중단한 것은 2001년 2월 이후 약 25년 6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국제기구 통계 등을 통해 국가별 외환보유액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월별 순위 자체가 대외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지난해 말 세계 9위에서 올해 들어 1월 10위, 2월 12위, 5월 13위까지 밀렸다가 6월 말 다시 10위로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고 한국은행이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순위 변동이 금 가격 움직임 등 일시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실제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은 중요한 지표이지만, 순위 자체보다는 경제 규모, 교역량, 단기외채, 외국인 자금 흐름, 경상수지,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외 지급 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으로, 긴급 시 국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며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