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출판업계 '사색 없는 책' 범람 우려 증폭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출판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시에 저품질 도서의 대량 생산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깊은 사색과 창작의 고통 없이 AI를 통해 손쉽게 책을 출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출판 시장의 전반적인 질적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출판사에서는 AI를 활용해 1년 만에 약 9,000권의 책을 출간하는 '딸깍 출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20권 이상의 책을 쏟아내는 속도로, 전통적인 출판 과정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이러한 대량 생산은 필연적으로 내용의 깊이와 완성도 저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AI가 생성한 도서들은 오역, 맞춤법 오류, 부자연스러운 문장, 맥락 없는 수사, 내용 반복 등 심각한 품질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독자들은 이러한 저품질 AI 도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AI 활용 콘텐츠 제외 기능을 제공하여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사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현상이다. 생성형 AI는 글쓰기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도 쉽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이는 창작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작가들은 AI가 기존 작품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여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하면서도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고, 인간 저자의 창작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 활용 의혹만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출판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도 발생하며, 이는 AI 판별 프로그램의 오탐지율 문제와도 연결된다.
출판계에서는 번역, 집필, 편집, 교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지만, AI 활용 사실을 표시할 공통 기준이나 검수 절차가 아직 미비한 실정이다. 출판사의 양심에 맡겨진 부분이 커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게티이미지 등은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문제 또한 법적,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일부 출판사가 저품질 AI 도서를 대량으로 출간하여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보상금을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함량 미달을 이유로 AI 제작 도서의 납본을 거절한 사례가 있다.
이에 출판업계는 AI 활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인간 저술 출판물(HAP) 보증제'를 도입했고, 아마존은 상품 등록 시 AI 생성 여부를 필수로 밝히도록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창작자 권익 보호와 합리적인 납본 및 보상 체계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회입법조사처는 AI 학습 데이터 공개 관련 논의와 입법 과제를 보고서로 발표했다. 이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AI는 원고 조사, 번역, 교정, 마케팅 등 출판 프로세스 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활용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출판업계는 AI 활용을 막기보다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활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