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2028년 철강·알루미늄 하류 제품 확대…한국 수출 기업 '비상'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8년 1월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 하류 제품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는 EU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역내 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10월 23일 서울 트레이드 타워에서 EU CBAM 하류재 대상 업계 설명회를 열고 관련 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현재 CBAM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 품목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며, 이는 실질적으로 역외 수출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2028년부터는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철강 및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는 완성품 수출 시에도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는 철강·알루미늄 관련 약 180개 다운스트림 제품으로의 제한적 확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유럽의회 환경위원회(ENVI)는 플라스틱·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소비재 및 기타 제조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확대를 제안하는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유럽의회는 2026년 9월 16일 CBAM 개정안에 대한 협상 입장을 채택하며 규제 대상 품목을 수백 개의 하위 제품으로 확장하기로 가결했다.
유럽의회가 가결한 확장 품목에는 기계류, 하드웨어 및 제작물, 차량 부품, 가전제품, 건설 장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최종 적용 범위는 유럽의회와 이사회 간의 삼자 협상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정 주력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 CBAM 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류재는 기초 소재에 비해 공급망이 복잡하여 개별 기업의 자체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검증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EU가 정한 기본값을 적용받아 CBAM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BSI그룹은 EU가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축소 신고하는 경우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적발 시 해당 국가 제품에 기본 탄소 배출량 수치를 일괄 적용하여 실제 배출량보다 더 높은 부담금을 지불하게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저탄소 생산 공정 개발 강화와 함께 탄소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스템 구축, EU 고객과의 투명한 데이터 교환 체계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상당수가 철강 및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는 하류 제품에 해당한다.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기계류 등은 EU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해왔으나, CBAM 확대 적용은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관련 산업의 생산 비용 증가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각 단계별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탄소 배출량 측정 및 보고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원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더욱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수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 정보와 대응 가이드를 신속히 공유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 개선을 위해 EU 관계 당국과 다각적인 협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 기업들은 EU의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맞춰 공급망 전반의 탄소 배출량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추가 비용 발생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생산 방식과 공급망 전략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장기적으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친환경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통상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EU CBAM의 하류 제품 확대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선제적인 정보 파악과 체계적인 대응 전략 마련 없이는 EU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