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본계획, 저출산 넘어 '삶의 질' 중심 전환의 의미
정부가 지난 10월 14일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하며 인구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패러다임을 '삶의 질'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10일 시행된 '인구전략기본법'에 따른 것으로, 기존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전부 개정된 결과다.
한국은 1983년부터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인 2.1명 이하로 내려갔으며, 2002년부터는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수준이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2020년에는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등 인구 규모 축소와 구조 변화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역대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으나, 인구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는 단순히 출산율 제고에 집중했던 과거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국민의 삶 전반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번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은 기존 저출생과 고령화 외에 지역별 인구 불균형, 가구 형태 다양화, 인구의 국가 간 이동까지 정책 대상으로 확대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돌봄 인력 양성 및 보상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년 돌봄 전문직' 10만 명을 양성하고, 돌봄 노동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돌봄 인력난과 청년 취업난 해소를 동시에 목표로 한다.
또한, 맞벌이 부부가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개인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 선택제'를 도입하여 일-가정 양립을 지원한다. 예술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1인 자영업자 등에게도 육아휴직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주거 안정화를 위한 정책도 포함되었다. 향후 5년간 고령 친화형 주택 2만 5천 채를 공급하여 고령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 이와 함께 10월부터는 양육비 선지급제의 소득기준이 폐지되어, 소득과 관계없이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미성년 자녀에게 1인당 월 20만 원을 18세까지 지원한다.
이번 인구전략의 핵심은 출산율 수치 자체보다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전환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과 과제가 남아있다.
첫째, 예산 확보 및 효율적 집행이 중요하다. 인구전략기본법은 예산 사전협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위원회는 6월 30일까지 국가 전체 차원의 의견을 제출하며, 기획예산처장관은 예산 편성 시 이를 존중해야 한다.
정책 우선순위의 근거가 되는 핵심 지표와 진단 체계를 마련하고, 예산 사전협의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정책의 지속 가능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과거에도 다양한 저출산 대책이 발표되었지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거나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인구전략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셋째, 지역별 인구 불균형 해소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인구전략기본계획에 지역별 인구 불균형이 포함된 만큼,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와 지방 소멸 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정부의 인구전략 전환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 확보, 정책 일관성 유지, 지역 균형 발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