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산 철강 '우회 수출' 조사…업계, Q&V 질의서 준비 '총력'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우회 수출' 조사에 착수하며 한국 철강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각) 조사가 개시된 이후, 다음 절차인 'Quantity and Value (Q&V) 질의서' 발부가 임박한 것으로 2026년 10월 15일 확인됐다. 상무부는 조사 개시 관보 게재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어서 조사 대상 품목 생산자 등에게 Q&V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월 백악관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산 철강의 '불법 환적 위험 1등급 국가'로 지목한 이후 나온 조치다. 백악관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을 우회 수출망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캐나다, 유럽연합,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과 함께 불법 환적 위험이 높은 국가로 분류했다.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가 부과된 품목에 대해 경미한 변경이나 제3국 조립 등을 통해 관세를 우회하여 수출하는 행위를 '우회 수출'로 규정한다. 미국 관세법 19 USC § 1677j는 제3국에서 완성되거나 조립된 상품, 경미하게 변경된 상품 등의 수출을 우회 수출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조사 절차에서 Q&V 질의서는 조사 대상 품목의 수출량, 생산 시 우회 수출이 문제 되는 국가산 소재 사용 여부 등을 질의한다. 상무부는 관행적으로 질의서 발부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답변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짧은 기간을 부여한다. 기업들은 이 질의서에 성실히 답변해야 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불리한 가용 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AFA)가 적용될 수 있다.
AFA가 적용된 기업은 우회 방지 조치 면제를 위한 인증 절차 이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조사 협조가 필수적이다. 조사 개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150일 이내에 예비 판정이 내려지며, 긍정 판정 시 잠정 조치로서 추정된 관세에 해당하는 현금 예치가 요구될 수 있다. 최종 판정은 조사 개시 통지일로부터 300일 이내(최대 365일까지 연장 가능)에 내려지며, 우회 수출이 긍정될 경우 기존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가 확장 적용된다.
한국 정부와 철강 업계는 미국의 이러한 무역 규제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종별 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민관 합동 대책회의 및 수입규제 실무 간담회를 개최하여 업종별 예상 피해 및 애로사항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기업들이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기존 232조 조치의 적용 범위와 세율 변동사항을 지속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포고문·부속서와 연방관보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생제품 과세 방식이 개편되었더라도 개편 전 함량 가치 기준으로 신고한 건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사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증빙 보존을 당부했다.
정부는 수입 철강재의 '우회 덤핑' 차단을 위해 수입 철강재 원산지 증명을 의무화하고, 제3국을 통한 수입 철강재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입 신고 단계부터 불공정 수입을 조기 감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철강재 수입 신고 시 품질검사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대외무역법 시행령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제3국을 경유해 우회 수출되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공동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9월 30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개최된 글로벌철강포럼(GFSEC) 각료회의에서 회원국들은 이 공동 체계 구축에 합의했다. 이는 철강의 수입 경로와 실제 생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러한 국제 공조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무역 규제가 강화될수록 수출 경로를 바꾸거나 제3국에서 일부 가공하는 방식의 회피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 철강 업계는 미국의 Q&V 질의서 발부에 대비하며 소명 자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