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공인 신고인' 등록 마감…미국도 영향 조사 착수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돌입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은 EU 시장 진출을 위한 '승인된 CBAM 신고인(Authorized CBAM Declarant)' 자격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2026년 3월 31일까지 신청을 완료해야 했으며, 이 자격을 취득한 자만이 CBAM 대상 품목을 EU 역내로 수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EU 현지 수입업체와 협력하여 CBAM 등록부에 수입자 등록을 마쳐야 함을 의미한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들어섰다. 전환 기간에는 분기별 보고 의무만 있었으나, 확정 기간부터는 연 1회 CBAM 인증서를 구매하고 데이터 검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특히, '승인된 CBAM 신고인' 제도는 EU로의 수출 절차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CBAM 인증서는 EU 배출권거래제(EU-ETS)의 주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며, 2026년에는 예외적으로 분기별 평균 가격이 적용되고 2027년부터는 주간 평균 가격이 적용될 예정이다. EU 수입업자가 해당 상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라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므로, 사실상 역외 사업자인 국내 수출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의 탄소 가격이 EU-ETS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국내 기업들은 EU 탄소 가격과 K-ETS 탄소 가격의 차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 부담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대한상의SGI)는 CBAM 시행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2026년 851억 원에서 2034년 5,5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2025년 11월 전망했다. 이는 국내 핵심 기간산업인 철강 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군에도 연쇄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CBAM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산업기계와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철강·알루미늄 가공제품 180개를 추가하는 법안을 제안했으며, 이는 2028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2026년 6월 EU 회원국들은 철강·알루미늄 함유 제품 약 400개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에 합의했고, 9월 유럽의회는 457개 제품을 추가하자고 제안하는 등 최종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품목 확대 논의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소비재 및 기타 제조품 등 광범위한 산업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철강 수요가 높은 비금속광물, 금속가공제품, 전기장비, 운송장비, 기계 및 장비, 건설업 등 관련 산업군 역시 연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관계 부처 및 유관기관 합동으로 CBAM 대응 설명회를 개최하고,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의 CBAM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탄소 배출량 산정 MRV(측정·보고·검증) 인프라 구축 및 검증 보고서 작성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또한 CBAM 확정 기간 시행에 맞춰 국내 수출 기업의 대응 지원을 강화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들은 CBAM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탄소집약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저탄소 철강 생산 등 공정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EU 규정 변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스템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10월 8일(현지시각) EU의 CBAM이 미국 기업과 대EU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는 CBAM이 미국 기업의 생산비와 행정 부담, EU 시장 접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며, 특히 CBAM이 미국 기업을 EU나 제3국 기업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는 CBAM이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