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산 철강 '우회 수출' 조사 착수…업계, 소명 자료 준비 '비상'
미국 상무부는 2026년 10월 13일(현지 시각)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우회 수출(circumvention)'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기존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넘어, 제3국을 경유하거나 경미한 가공을 통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단속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를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6년 8월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이 발표한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불법 환적 위험 1등급 국가(Tier 1)'로 지목한 이후 나온 조치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을 활용하는 우회 수출망을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캐나다, 유럽연합,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과 함께 불법 환적 위험이 높은 1등급 국가로 분류했다. 특히 한국의 경기도 반도체 벨트가 중국산 집적회로(IC)의 우회 유통 경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상무부의 '우회 수출' 조사는 이해관계인의 신청 또는 상무부의 직권으로 시작된다. 조사 개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해관계인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후 조사 대상 품목 생산자 등에게 '수량 및 가치(Quantity and Value, Q&V)' 질의서가 발부되며, 추가 질의서를 통해 조사 대상 기업이 선정된다. 조사 절차 개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150일 이내에 예비 판정이 내려진다.
예비 판정에서 긍정 판정이 나올 경우 잠정 조치로서 추정된 관세에 해당하는 현금 예치(cash deposit)가 요구될 수 있다. 최종 판정은 조사 개시 통지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내려지며, 최대 365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우회 수출이 최종적으로 긍정될 경우 기존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가 확장 적용된다. 미국 상무부는 조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불리한 가용 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AFA)'를 적용하여 불이익을 줄 수 있다.
AFA를 적용받은 기업은 우회 방지 조치 면제를 위한 인증 절차 이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조사 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으로부터 정보제공요청서(CF-28)를 받는 경우, 원가, 생산, 조달 정보 등 입증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요청 서류 목록을 채우는 것을 넘어, 신고 내용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이번 '우회 수출' 조사는 한국 철강 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연례재심 예비판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추가 관세 위험까지 커진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철강업계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추가 수입 규제로 관세할당제(TRQ) 도입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 철강 업계의 대미 수출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제3국 경유를 통한 우회 덤핑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관세 법령을 개정하는 등 범부처 차원의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국내 철강 기업들은 수입 소재 사용 시 원산지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고,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 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입증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