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 한국 수출 기업에 ‘탄소 관세’ 현실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새로운 통상 환경에 직면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실상 '탄소 관세' 역할을 한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이 1차 적용 대상이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돌입했다. 전환 기간에는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었으나, 확정 기간부터는 실제 배출량에 따라 EU 배출권거래제(ETS) 가격을 반영한 CBAM 인증서를 구매하여 제출해야 한다. EU 역내 무상할당량이 단계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한국 수출 기업이 구매해야 할 인증서 수량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12월에 공개된 EU CBAM 하위 규정에는 확정 기간 개시에 따른 주요 규정 변화가 포함되었다. 배출량 데이터의 정확성 요구가 강화되어 실제 데이터 기반의 제출이 의무화되었으며,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기본값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CBAM 비용이 과대 산정될 우려가 있다. 또한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의무 외에 검증까지 필수로 의무화되어 외부 검증(제3자 검증)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검증 비용 증가에 대한 대비가 요구된다.
CBAM 인증서 제출 의무가 추가되면서 분기별 인증서 예치 의무가 발생하며, 구매 및 보유 전략에 따라 실질 비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CBAM 대상 6개 품목의 대(對)EU 수출 규모는 약 46억 달러(약 6조 6,787억 원)에 달한다. 2026년 9월 24일 기준으로 CBAM이 본격 시행되는 첫해 한국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851억 원으로 추산되며, 2034년에는 연간 5,50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EU CBAM 시행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 등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은 2026년 들어 여러 차례 정부 합동 설명회를 개최하여 CBAM 확정 기간의 주요 내용과 대응 방법, 배출량 산정 및 검증 동향 등 실무 지침을 안내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 측정 계측 설비 구축 및 검증 비용 지원 사업인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업 전용 상담 창구(1551-3213)를 운영하여 애로사항 해결을 돕고 있으며, 수출 기업이 자사 수출 물품의 CBAM 대상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EU) 품목 분류 사전 심사 신청 가이드북'을 배포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CBA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EU의 CBAM 규정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맞춰 대응 체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탄소 기술 개발 및 국내 탄소 배출량 관련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산업 구조를 저탄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CBAM은 한국 수출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한 기회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