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자동차 부품·가전 등 하류 제품 확대…한국 수출 기업 부담 가중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8년부터 자동차 부품 및 가전제품 등 하류 제품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질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2월 17일, 기존 6개 품목 외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180개 하류 제품까지 CBAM 적용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유럽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2028년 1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이는 기초 소재에만 탄소 비용을 부과할 경우 완성품 수입을 통한 규제 우회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U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방지를 위해 이 같은 품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1월 1일부터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탄소 비용을 부과하며 CBAM을 본격 시행했다.
확대 대상 품목에는 기계, 가전제품 등 철강·알루미늄 사용 비중이 높은 제품이 포함되며, 자동차 부품 업계도 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러 단계의 공급망을 거치는 하류 제품의 특성상, 제품별 탄소 배출량 산정 및 검증 과정에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CBAM 적용 품목 확대는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CBAM 본격 시행이 국내 철강 부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며, 2030년을 기점으로 CBAM 인증서 비용 부담이 급격히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10월 23일 서울 트레이드타워에서 관련 기업 임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EU 탄소국경조정제도 하류재 확대 시행 대비 수출기업 맞춤형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EU 당국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국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은 실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3자 검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EU가 설정한 기본값을 적용받아 더 많은 인증서를 구매해야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현재 CBAM 인증서 가격은 이산화탄소 1톤당 약 82.32유로로, 3분기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6년 수입분에 대한 첫 연간 신고는 2027년 9월 30일까지이며, 인증서 구매 및 제출은 2027년 2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일정을 숙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철강 제품의 공정을 개선하여 내재 배출량을 감축하고, 검증 기관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배출량 산정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저탄소 생산 체제로의 전환은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넘어 장기적인 수출 경쟁력 확보에 직결되는 문제다.
오는 11월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하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는 '실행의 COP'를 목표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금융,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제 이행을 강조할 예정이다. COP31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겪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의 재원 마련 방안과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시스템 논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국제 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 체제로 전환하지 못하면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OP31 의장국인 튀르키예는 2035년까지 최종 에너지 수요의 35%를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공식 발표하며 전 세계 산업과 사회 전반의 전력화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전력화 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