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도 품목 확대, 한국 수출 기업에 추가 부담 예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2026년 1월 1일부터 확정 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EU는 적용 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한국 수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개 품목에 적용되는 CBAM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는 철강·알루미늄 관련 약 180개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제한적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유럽의회 환경위원회(ENVI)는 플라스틱·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소비재 및 기타 제조품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확대를 제안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처럼 EU 내부에서도 품목 확대 범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유럽의회는 2026년 9월 16일, CBAM 개정안에 대한 협상 입장을 채택하며 규제 대상 품목을 수백 개의 하위 제품으로 확장하기로 가결했다. 여기에는 기계류, 하드웨어 및 제작물, 차량 부품, 가전제품, 건설 장비 등이 포함된다고 SDG뉴스넷이 보도했다. 유럽의회의 최종 입장은 9월 중순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유럽의회와 이사회 간 삼자 협상을 거쳐 최종 적용 범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확대된 품목은 2028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어, 관련 한국 수출 기업들은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CBAM은 EU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역외 사업자인 한국 수출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특히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특정 주력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 CBAM 시행으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데이터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검증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EU가 정한 기본값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는 CBAM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BSI그룹은 EU가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축소 신고하는 경우 강력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적발 시 해당 국가 제품에 기본 탄소 배출량 수치를 일괄 적용하여 실제 배출량보다 더 높은 부담금을 지불하게 할 계획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저탄소 생산 공정 개발 강화와 함께 탄소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EU 고객과의 투명한 데이터 교환 체계 확립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수출 기업의 CBAM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합동 설명회를 개최하고 실무 지침을 안내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EU 수출액 1억 원 이상 중소기업에 대해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 측정·산정, EU-ETS 검증기관을 활용한 검증보고서 발급 등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탄소 배출량 측정 계측 설비 구축 및 검증 비용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기업 생산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배출량 산정을 지원하는 컨설팅과 기업 전용 상담 창구도 운영 중이다. 정부는 CBAM 대응 지원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 예산 확보와 EU 규정 변경에 대한 정례적인 업데이트 절차 마련을 통해 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대한상의SGI)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는 CBAM 시행 첫해인 2026년에 851억 원 수준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34년에는 연간 5,5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10년간 누적 금액은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EU가 2030년부터 배출권거래제 내 관련 산업의 무상할당을 급격히 줄여 2034년에는 0%로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품목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 기업의 총 부담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탄소 배출량 측정 경험이 부족하고, 관련 설비 구축 및 데이터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2026년 국정감사에서는 철강업계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인력 및 비용 부담을 호소하며 표준화된 공공 플랫폼 도입의 시급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저탄소 생산 공정 개발 강화와 함께 탄소 배출량 산정 및 보고 시스템 구축, 그리고 EU 고객과의 투명한 데이터 교환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정부는 CBAM 대응 지원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운영 예산 확보와 EU 규정 변경에 대한 정례적인 업데이트 절차 마련을 통해 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