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고용률 역대 최고, '생계형 일자리' 그림자 짙어져
2026년 10월 4일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일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대 수명 증가와 건강 개선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놓지 못하는 현실과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사회 활력 유지에 기여하지만, 그 배경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9.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약 4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5년 30.4%였던 고령자 고용률은 10년간 꾸준히 상승하여 2025년 65세 이상 취업자는 414만 7천 명으로 10년 전 198만 5천 명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처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기대 수명 증가와 건강 개선이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79세 고령층 중 앞으로도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58.7%에 달하는데, 이들 중 가장 많은 50.4%가 '생활비에 보탬'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일하는 즐거움'을 꼽은 비율(38.7%)보다 높게 나타나, 생계 유지를 위한 '생계형 일자리'의 성격이 강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의 '2026 고령자 통계'에서 생활비를 본인 또는 배우자가 직접 마련한다는 고령자도 74.7%에 달해 10년 전 58.5%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하듯,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5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 14.8%의 약 2.7배에 달하며, 2023년 기준 39.8%로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이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이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간의 공백이 발생하여 고령층의 소득 불안정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고령화에 대응하여 다양한 정년 연장 및 계속 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86년 「고령자 등의 고용안정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고령자 고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202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희망하는 경우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사업주의 노력 의무를 규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기업들은 재고용 시 임금을 재설정할 수 있지만, 임금 삭감으로 인한 노동 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임금 인상이나 복리후생 제도 유지를 확대하는 추세다.
독일은 2007년 표준 연금 수급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결정하고 2012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67세 이후에도 일하는 근로자에게 소득세 면제 혜택을 주는 '활동연금(Aktivrente)법' 제정안을 의결하여 고령자의 근로 연장을 유도하고 있다. 독일은 고령 인력을 지식·역량 자원으로 재정의하고 그 전수를 제도화하는 등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이다.
스웨덴은 2023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했으며, 65세 이상 근로소득세 일부를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여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 제도를 폐지하여 연령을 이유로 한 강제 퇴직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고령 인력의 경험과 숙련도를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 도입된 이 장려금은 2026년 10월 1일 기준으로 비수도권은 계속 고용 근로자 1명당 월 40만 원, 수도권은 월 30만 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한다. 이는 정년을 운영하는 사업주가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 또는 재고용하는 경우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 사회는 '일하는 노인'의 증가와 함께 노인 빈곤이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단순히 정년 연장이나 고용률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임금 체계 개편, 직무 재설계, 직업 훈련 강화 등 고령 인력의 경험과 숙련도를 활용하면서도 청년층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는 사회 활력 유지에 기여하지만, 그 배경에 생계 유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와 기업은 고령층이 단순히 일하는 것을 넘어, 존엄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며, 미래 세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