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3년 만에 금 매입 추진…외환보유액 다변화 전략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매입에 나선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다변화를 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한국은행의 금지금 인출 시 부가가치세 면제 내용이 포함되면서 금 매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2026년 8월 3일 발표된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지금(순도 99.99% 이상의 골드바 등)을 인출할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내용이 조세특례제한법에 포함된다. 이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매입할 때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일반 규정에서 금만 예외였던 부분을 해소하는 조치다. 이로써 한국은행의 금 매입에 대한 제도적 걸림돌이 사라졌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 주로 미국 국채 등 달러화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비중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 자산 편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분기에는 금을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이는 외환보유액에서 금 실물이 아닌 유가증권 형태로 금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금 시장에 대한 간접적인 투자를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금 매입 결정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위기 시 자산 가치를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7월 24일 코스피가 5.72% 하락한 데 이어 28일 10.84%, 29일 5.98% 추가 하락했으나, 31일에는 약 18% 폭등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이러한 시장의 불안정성은 외환보유액 운용의 안정성 확보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29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24시간 금융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는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자금 조달 우려, 그리고 그동안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심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와 기업 실적 전망, 경상수지 흑자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훼손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금 매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을 높이고,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는 외환보유액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여 특정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험을 분산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금을 매입하는 것을 넘어, 한국은행이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보유액 운용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 매입이 외환보유액의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금 가격 변동성 또한 존재하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향후 금 매입 규모와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