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연

한국 무용계, '존 마틴'의 발자취에서 길을 찾다

중앙저널업데이트 2026.07.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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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용계는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국립발레단 공연의 높은 매진율과 현대무용의 대중화 노력은 무용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가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일간지에서 무용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무용기자'라는 용어는 여전히 무용 전문지에서만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는 88년 전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 1927년 미국의 월간지 ‘씨어터아트’는 무용에 대한 대중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잘 다듬어진 비평 기사가 없음을 지적했다. 당시 미국 무용계는 현대무용의 등장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뉴욕타임즈’의 초대 무용평론가 존 마틴이 등장하며 현대무용이 대중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존 마틴(1893-1985)은 1927년 뉴욕타임즈에 의해 주요 신문사 최초의 무용 평론가로 임명되어 1962년 은퇴할 때까지 35년간 활동하며 1,459개의 논평을 발표했다. 그는 20세기 초 이사도라 던컨에 의해 현대무용이 등장하면서 대중의 흥미를 끌기 시작한 극장 무용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발레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현대무용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으며, 마틴은 이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설명하며 현대무용 대중화에 앞장섰다.

마틴은 음악 평론의 일부였던 무용 평론을 하나의 독자적인 분야로 분리시키는 데 기여했다. 1930년대 미국의 경기 침체로 다른 신문사들이 무용 평론가를 해고했을 때도 그는 유일한 무용 평론가로 남아 무용 비평의 명맥을 이었다. 그의 비평은 무용수들과 공연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언론 편집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신문 광고와 공연 브로셔에서도 그의 평론이 인용될 정도였다.

마틴의 비평 철학은 ‘관객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일반 대중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데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는 1956년 인터뷰에서 비평가의 첫 번째 의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도하고, 두 번째는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며 공연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문 비평은 무용에 관심 없는 일반 독자가 아닌 잠재적 지지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의 직관적인 평가는 다른 평론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일간지 평론가로서 ‘일반 대중’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는 데 몰두했다. 마틴은 젊은 현대무용가들이 그들의 고유한 안무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자 역할을 했으며, 마사 그레이엄은 존 마틴이 없었다면 지금의 현대무용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 무용계는 88년 전 미국 무용계의 모습과 유사한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 일간지의 무용 평론은 주로 공연 담당 기자가 쓰고 있어 깊이 있는 작품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용 전문 기자들은 설 곳이 마땅치 않으며, 무용 전문지의 재정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무용 전문지 ‘몸’의 손예운 기자는 뉴욕의 한 현대무용단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에도 ‘자신감 있는’ 비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비평이 쉽게 쓰이지 못하고 있지만, 비평은 무용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고 관객에게 전달하며, 무용가와 관객 사이의 중요한 중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 무용 비평계는 비평가의 전문성 부족, 비평가들의 분파성, 활동 영역의 문제, 비평가 교육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용 전공인 출신 비평가는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무용을 전공하지 않고 평론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무용학 박사들이 무용 비평계로 유입되어 깊이 있고 적극적인 비평 문화가 성립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무용 비평도 블로그, 유튜브, 팟캐스트, SNS 등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무용 평론가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더 많은 곳에 전달할 수 있도록 무용계 전반의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한국의 ‘존 마틴’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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