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지역 재지정, '인구활력지수'로 지방소멸 해법 찾을까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월 7일 인구감소지역 92곳과 인구감소관심지역 18곳을 재지정하며 지방소멸 대응 정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재지정은 2021년 최초 지정 이후 5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특히 인구 규모 증감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 활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인구활력지수’가 도입되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지역 주도의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며, 인구 여건이 개선된 지역에도 ‘인구활력+지역’으로 분류해 5년간 기존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초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지역 인구 감소와 공동체 지속 가능성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5천만 명을 조금 넘는 인구는 2072년 3천6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는 2025년 29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인구 구조의 불균형은 지방의 학교, 병원, 상점, 대중교통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유지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인구감소지역 89개와 인구감소관심지역 18개를 최초 지정한 바 있으며, 2026년 10월 7일 5년 만에 재지정을 단행했다. 이번 재지정에서는 부산 금정구, 경기 동두천시, 경남 통영시 등 3곳이 인구감소지역에 추가되어 총 92곳이 지정되었다. 이는 인구 감소 현상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변화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기준에 ‘인구활력지수’를 도입한 점이다. 기존의 연평균 인구증감률, 고령화·유소년 비율, 조출생률, 청년 순이동률, 재정자립도 등 인구 지표에 더해 시가화율, 취업자 수, 생활인구 등 지역의 경제·생활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를 추가하여 총 9개 지표로 인구활력지수를 산정한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통해 단순한 인구 통계치를 넘어 지역의 실제 활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구 여건이 개선되어 인구감소(관심)지역에서 벗어나는 지역은 ‘인구활력+지역’으로 분류하여 향후 5년간 기존 지원을 지속 적용한다. 이는 정책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변곡점에서 지원이 중단될 경우, 정책 효과의 지속성과 자생적 강화가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행정안전부는 이 조치를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지역의 자생력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여 지역 주도의 지방소멸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금은 인구감소지역에 배분하는 기초지원계정 7천500억 원과 서울·세종을 제외한 시·도에 배분하는 광역지원계정 2천500억 원으로 나뉜다. 특히 광역지원계정 중 500억 원은 올해부터 투자계획 평가를 통해 차등 배분되며,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남도가 최우수 지역으로 선정되어 각각 66억 원을 배분받았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대응 전략을 바탕으로 지역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평창군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추진할 인구감소 대응 정책의 방향과 실행과제를 마련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또한, 한국시사일보에 따르면 담양군과 같은 일부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2027년까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며 인구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인구전략위원회는 출생률과 인구 규모 중심의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국가의 돌봄 책임 강화, 노동환경 개선,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 전반을 인구 변화에 맞춰 재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인구전략위원회는 10월 14일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아이맞이지원금’을 신설하고 매달 아동기본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첫째 아이 1천만 원, 둘째 아이 1천200만 원, 셋째 아이부터 1천500만 원의 아이맞이지원금을 지급하며, 인구소멸 우려 지역 등 우대 지역 출산 시에는 첫째 아이 1천500만 원, 둘째 아이 1천700만 원, 셋째 아이 이상 2천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현재 0~12세까지 매달 10만 원씩 지급 중인 아동기본수당은 월 20만 원(우대 지역 30만 원)으로 늘린다.
이러한 정책들은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지만,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넘어 지역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활력지수 도입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역 주도적 활용은 이러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인구 감소 지역의 특례 활용도를 높이고, 특례 도입을 위한 조례나 행정 프로세스 구축을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활력지수 도입이 지방소멸 위기 해법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정책 추진과 성과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