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년 만에 최저치…반도체 수출 호조가 견인
원/달러 환율이 2026년 10월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31.4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2024년 9월 25일(1331.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8월 말 1368.6원에서 9월 말 1352.8원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달 들어 10월 12일까지 12거래일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42.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9월(1332.8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월평균 수준이다. 지속적인 환율 하락은 국내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달러 공급 증가가 꼽힌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0% 증가한 261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같은 기간 170.9% 급증한 122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7%까지 상승했다.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들이 확보한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 내놓으면서 원화 가치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경제의 특정 부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일부 완화된 점도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대담에서 향후 금리 결정을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1.813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는 10월 12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달러 환율에 대해 “앞으로도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 총재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환율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통화 정책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러한 원화 강세 흐름 속에서도 환율의 일별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 원/달러 환율의 일평균 변동폭은 7.0원으로, 8월 4.4원보다 확대됐다. 일평균 변동률 또한 0.31%에서 0.52%로 상승하며 하루 사이 환율 움직임의 폭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8월 말 4.75%에서 10월 14일 5.19%로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달러화지수도 99.4에서 102선까지 올랐다.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경로의 불확실성도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대외 변수들은 원화 강세 흐름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요인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과 중동 정세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KDI는 고유가 지속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환율 안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의 전반적인 회복에는 여전히 제약 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을 고려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