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갈등 심화, 한국 산업계 공급망 재편 압박 가중
미국과 중국 간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 산업계에 공급망 재편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대량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며 한국 반도체 및 관련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026년 10월 4일,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 기술·국가통치역량센터(CTS)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초 중국 기업 소유 반도체 공장에 침지형 DUV 노광장비 343대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약 270대는 네덜란드 ASML의 트윈스캔 NXT:1980i 시스템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DUV 장비는 기술 수준이 낮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다.
그러나 DUV 장비도 조정을 통해 7나노미터급 로직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프로세서에 필요한 고급 메모리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국 당국은 DUV 장비의 중국 수출 전면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026년 10월 발표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한국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10월 이후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의 대미 반도체 수입은 제재 이전 대비 약 31% 감소했다.
특히 장비, 고순도 가스, 고성능 칩 등 첨단 공정 병목 품목에 충격이 집중되어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첨단 제조 능력 향상을 효과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중국은 제재 품목의 국산화 및 대체 조달을 통해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투자 시장이자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양국 간의 전략 경쟁 심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통상, 공급망, 기술 규제 등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으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한국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 산업 안보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첨단 산업의 자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통상법 301조를 활용한 관세 정책, 첨단 기술 수출 통제, 해외 투자 심사 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단순히 무역 적자 해소를 넘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전략 산업을 보호하려는 경제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 체계적이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美 301조 민관합동 TF'를 발족하여 의견서 제출 및 공청회 등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 시기를 조율하며 비관세 분야 이행 계획을 채택하여 통상 환경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DUV 노광장비 대량 확보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더욱 복잡한 공급망 관리와 기술 개발 전략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면서도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 핵심 기술 자립화, 그리고 국제 협력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 등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AI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동시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기적인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미중 반도체 갈등의 심화는 한국 산업계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며, 정부와 기업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위기 대응을 넘어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