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COP31, 기후 보건 의제 전면화…한국 의료·인프라 산업 영향 분석
2026년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튀르키예와 호주 공동 의장국은 '기후와 보건'을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설정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임신과 출산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새로운 보건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경고에 따른 것이다.
이번 COP31은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이후 국제 기후체제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중요한 회의로, 'Implementation COP', 즉 '실행의 COP'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각국이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기후금융, 에너지 전환, 적응 정책을 실제 투자와 사업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UNFCCC는 극한 폭염이 임산부와 태아, 신생아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국제 기후 정책의 주요 적응 의제로 끌어올렸다.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지난 10월 5일 피지에서 열린 공식 Pre-COP31 장관회의에서 "극한 폭염이 심화되면서 임신과 출산은 세계 기후 위기의 새로운 단층선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기후 행동의 근본적인 기준은 "가장 취약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하며, 기후변화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COP31에서 기후 보건 의제가 단순한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웰컴(Wellcome)이 5개 대륙 5개국의 모자 보건 의료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3%가 최근 5년 동안 폭염과 관련된 환자나 임신·출산 합병증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81%는 추가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극한 폭염이 임산부와 태아, 신생아의 건강을 더욱 위협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후 보건 의제의 전면화는 한국 산업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의료 및 제약 산업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 장비, 의약품, 진단 기술 등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폭염 관련 질병, 감염병 확산 등에 대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기후 회복력 있는 인프라 구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자체의 기후 회복력 강화가 강조되면서, 안정적인 전력 및 물 공급, 냉방 시설, 폭염 조기 경보 시스템, 안전한 의료 시설 구축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초고압직류송전(HVDC) 등 전력망 기술 및 스마트 도시 솔루션 기업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뿐만 아니라, 근로자 건강 및 지역사회 보건 증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후 보건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녹색 금융 및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자금 조달 기회를 활용하여 관련 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튀르키예는 2053년 탄소중립 및 녹색 성장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기후법'을 2025년 7월 9일 제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26년 8월 말 배출권거래제(ETS) 규정을 발효하며 국내 탄소 시장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튀르키예는 2035년까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을 120GW로 확대하기 위해 매년 최소 2GW 규모의 재생에너지자원지역(YEKA) 입찰을 이어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1,080억 달러를 투입하고 280억 달러 규모의 송전망 확충 사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망,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기업들에게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튀르키예는 아직 '글로벌 메탄 서약'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폐기물 시설에서 대규모 메탄 배출이 확인되는 등 메탄 감축 노력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COP31에서 메탄 감축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므로, 튀르키예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COP31은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 EXPO Center에서 개최되며,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는 세계 정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