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AI 학습 데이터 보상 논의 본격화…계약 표준화로 저작권 보호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출판계는 AI 활용 출판물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넘어 저작권 보호와 정당한 보상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9일 한국출판인회의를 비롯한 12개 출판·저작자 단체는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하며 AI 활용 출판물을 3단계로 구분하고 표시를 권장했습니다. 이는 무분별한 AI 생성 출판물에 대한 독자의 신뢰 저하를 막기 위한 자율적인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번 원칙 발표는 지난 4월 한국출판인회의가 개최한 긴급 포럼의 후속 조치로, AI 시대 출판 생태계의 혼란에 대한 출판계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 원칙인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계약 및 보상 체계 마련과 법·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롭게 발표된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은 AI 학습을 위한 출판물 이용 시 권리자의 동의와 정당한 보상을 전제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이는 AI 기술 개발사들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기존 출판물을 AI 학습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출판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지난 7월 국내 출판사 188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사의 93.6%가 출판물을 AI 학습에 이용할 경우 권리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정진근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판단체 중심의 공동 협상 체계, 목적별 표준 라이선스, ISBN 기반 메타데이터 구축이 출판계가 AI 기업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출판 계약에 저작자와 출판사의 AI 활용 고지 및 협의 절차를 포함하고, AI 학습을 위한 출판물 이용은 기존 출판권과 구분하여 권리자의 동의와 허락을 받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원칙에는 저작자가 원고를 출판사에 제출할 때 AI 활용 단계와 범위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출판사가 편집 과정에서 AI를 이용해 본문의 구성, 표현, 논지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려는 경우에는 활용 범위 및 방식을 미리 저작자와 협의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이는 AI 활용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저작자와 출판사 간의 투명한 소통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출판사 설문조사 결과, AI 활용 고지와 분쟁 책임 조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는 출판사가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출판 현장에서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계약 기준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홍한별 번역가는 AI를 활용한 번역과 인간 번역을 구분해 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번역가의 작업물이 AI 학습에 사용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표시, 계약, 권리정보 관리 방안을 출판 현장의 실천 과제로 구체화하고,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출판 환경 조성을 위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및 '저작권법' 개정 등 후속 논의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현재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어, AI가 단독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따라서 AI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 여부와 관련하여 법률 개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9일과 10일 서울에서 일본 문부과학성과 '2026 한일 저작권 정부 간 회의 및 세미나'를 개최하여 AI 시대의 저작권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문체부는 2027년 공공저작물 AI 학습 데이터 개방을 위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저작권 신뢰 거버넌스 기술개발(R&D)'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는 등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재정적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출판계의 자율 원칙 발표는 AI 시대에 출판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독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AI 기술과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출판계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 및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