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회일반

EU 그린워싱 규제, 한국 기업 '자체 친환경 라벨' 사용 제동

중앙저널업데이트 2026.10.0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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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소비자 역량 강화 그린 전환 지침(Directive (EU) 2024/825)'이 2026년 9월 27일부터 EU 27개 회원국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제품의 친환경성 주장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공급망 전체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 지침은 기업이 제품의 환경적 영향을 속이거나 과장하는 '그린워싱'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단순히 제품의 일부 공정이나 원료만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제품 전체를 '친환경', '탄소중립' 등으로 홍보하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이는 EU 현지 법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 및 수출을 통해 EU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이번 규제의 핵심은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성의 근거를 제품의 '전 과정(Life Cycle Assessment, LCA)'에 걸쳐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원자재 수급부터 생산,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지침은 공인된 인증 체계나 공공기관의 근거가 없는 지속가능성 및 환경 관련 라벨 표시를 제한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만든 '친환경 인증'이나 '그린 제품' 마크는 문제가 될 수 있으며, ISO 17065 등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독립 검증 기관의 제3자 검증을 완료해야만 공식적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모호한 친환경 주장을 방지하고, 기업의 환경 관련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자체 라벨이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경우 어떤 소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면 어떤 기준과 비교해 얼마나 줄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탄소중립'이나 '기후중립'과 같은 미래 환경 성과를 주장하려면 명확하고 객관적이며 검증 가능한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 그리고 독립적인 제3자 전문가의 정기적인 검증 결과를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탄소 상쇄(carbon offsetting)를 근거로 제품 자체가 '탄소중립'이라고 주장하는 광고는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제로 줄이지 않고, 외부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여 상쇄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기업의 탄소 크레딧 구매나 환경 사업 투자를 사실에 근거해 별도로 알리는 것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규제는 새로 생산되는 제품뿐만 아니라, 시행일 이전에 생산되어 EU 현지 물류 창고에 있거나 유통 매대에 진열된 상품에도 적용된다. 지침과 다른 문구가 적힌 제품은 현지에서 판매용 스티커를 덧붙여 문구를 가리거나 포장재 자체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

규정을 위반한 기업에는 회원국 감독 당국이 연간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신킴 법률사무소의 2023년 12월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여러 회원국에 걸친 중대한 위반의 경우 관련국 내 연간 매출액의 최대 4%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이는 제조업 영업 이익률이 한 자릿수인 점을 고려할 때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EU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제품 기획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산출하는 전과정평가(LCA) 데이터와 공인된 제3자 인증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는 방식으로는 규제 장벽을 넘을 수 없으므로, 원자재 수급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는 전체 공급망의 실질 배출량을 줄이고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하는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제품 포장, 광고, 홈페이지, SNS, 온라인 쇼핑몰 상세 페이지 등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모든 환경 관련 표현과 지속가능성 라벨의 근거 및 인증·검증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포장 공간이 부족해 구체적인 설명을 붙일 수 없다면 해당 주장은 원칙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번 규제 시행에 앞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던 친환경 라벨이나 문구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제3자 인증을 획득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EU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잠재적인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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