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선 학제 통합' 로드맵, 기존 면허자 지위 쟁점 부상
지난 10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일원화 6단계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의료계의 오랜 숙원인 의료일원화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이 로드맵은 기존 의료인의 면허를 침해하지 않고 미래 세대부터 통합하는 '선 학제 통합'을 원칙으로 제시해 과거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로드맵 발표 이후에도 의료계 내부에서는 여전히 쟁점들이 남아있어, 성공적인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영석 의원이 제시한 로드맵은 2026년부터 2036년까지 6단계에 걸쳐 의료일원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은 교육체계 통합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2027년부터 2028년까지 의료일원화 기본법 제정 검토와 함께 한의대와 의대의 기초의학 공동교육, 임상실습 상호개방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후 2029년부터 2030년까지 시범대학을 지정해 6년제 통합교육과정을 구성하고 검증할 예정이며, 2031년부터 2032년에는 통합교육과정 이수자를 대상으로 통합면허 시범운영을 시작하되 기존 의사·한의사 면허는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선 학제 통합' 방식은 과거 의료일원화 논의가 기존 면허자 처리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번번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015년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2030년까지 교육과정 및 면허제도 통합을 합의했으나, 기존 면허자의 통합 방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서영석 의원은 이원적 의료체계로 인한 국민의 혼란, 중복 진료, 진료 정보 연계 문제,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활용 제한, 의료기기 사용 및 진료 범위 갈등 등을 의료일원화가 필요한 이유로 강조했습니다.
로드맵 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교육 통합을 우선하는 방식의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각 단체는 논의의 전제 조건과 한의사 진단기기 사용에 관한 법원 판단의 해석을 두고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협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 중심 의학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일부 과목을 이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대의학에 요구되는 근거 기반의 교육과 국제적 수준의 의학교육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통합 교육 과정의 질적 수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한의협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장점을 살리는 '더하는 통합'을 주장하며, 기존 한의사의 역할 보장과 진단기기 사용 문제 해결, 환자·시민단체의 참여 등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한의협은 의료일원화 논의가 한의사의 X-ray 등 의료기기 사용 논의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원 확정 판결에 따른 한의사 X-ray 사용 후속 행정조치를 별개로 실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는 기존 한의사 면허자의 진료 범위 확대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국정감사 이후 의협 내부에서는 '한의대 폐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국정감사 당시의 발언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병원의사협의회 등 일부 단체는 의료일원화 논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의료일원화가 단순히 교육체계 개편을 넘어 기존 면허자의 지위와 진료 범위까지 조정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임을 보여줍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논의 구조를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연구용역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나 추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는 정부가 각 직역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의료일원화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현안인 만큼, 의료계 내부뿐만 아니라 정부, 시민사회 등 사회 전반의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기존 면허자의 지위와 진료 범위에 대한 이견 조율이 성공적인 의료일원화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의료계와 정부,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의료일원화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