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가계대출 감소 전환 속 DSR 예외 대출 비중 역대 최고치 기록
지난 9월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습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수요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신규 가계대출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예외 대출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와 현실 간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 8,340억 원으로, 8월 말 대비 1조 2,852억 원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치입니다. 특히 신용대출 잔액이 1조 3,415억 원 줄어들며 감소세를 주도했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은 9월에 6,903억 원 감소하여 2024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1,253억 원 증가했지만, 8월 증가액인 3조 3,319억 원의 4%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습니다. 이러한 가계대출 감소는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상황에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은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총량 목표를 상향하며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공급 여력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은행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대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은 연간 한도에 여유가 있음에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3억 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 태도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반영합니다.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총량 관리 목표를 준수하면서도, 시장의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성 등을 고려하여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중 DSR 규제 적용 예외 비중은 70.5%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지표입니다.
DSR 예외 대출 비중이 급증한 것은 은행들이 가계부채 총량 한도를 관리하면서 주택 분양 관련 필수 자금인 중도금·이주비 대출 등을 주로 취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도금·이주비 대출의 신규취급액 비중은 지난해 2분기 14.1%에서 올해 2분기 23.1%로 늘어났습니다. 이러한 대출은 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필수적인 자금으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가계대출 총량은 감소했지만, DSR 예외 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목표인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 사이에서 금융기관들이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필수 대출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정책의 의도와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일부 늘렸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여전히 빠듯하다고 전했습니다. 한도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 한 필수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집단대출 중심으로 신규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총량 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가계대출 총량 감소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DSR 예외 대출 비중 증가는 정책의 사각지대 또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시사합니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보다 정교한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가계대출 정책 방향과 시장의 반응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