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 예술의 가치 재조명…전시·지원 확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창작의 주체와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간 예술가의 고유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AI 시대에 인간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를 선보이고, 예술인 지원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하며 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10월 8일부터 11월 29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증발 시대의 예술: Art in the Age of Vaporiza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과 박현기의 작품을 시작으로 사진, 영상, 설치, 사운드, 키네틱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동시대 작품 3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술 형식을 수집, 보존, 기록하는 미술관의 역할을 조명하며,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작품이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 주목한다.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문학은 책이 아니다'(1988), 'TV부처'(1992), '에스키모 맨'(1995)과 박현기의 'The Apocalypse'(1999) 등 초기 미디어 아트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강애란의 설치작품 '지혜의 타워링'(2016)과 이완의 시계 아카이브 연작 '지속(Duration)'(2026) 등 복합매체 작품도 전시된다. 특히 영국에서 활동하는 이은조 작가가 구글 아트앤컬쳐 랩과 협업한 'In Your Eyes, Before my own'(2026)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10월 8일부터 2027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지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공모의 총 지원 예산은 939억 원으로, 2026년 603억 원보다 337억 원 증액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예술인의 창작 활동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문학, 시각, 공연예술 분야의 창작 공간과 비평 연구 등 예술 생태계 전반의 기반 영역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국제교류 지원 예산은 기존 대비 2.5배 이상 확대되어 국내 기초예술 창작자와 우수 작품의 해외 진출 및 국제적 활동 기회를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예술 현장에 처음 진입하는 예비 예술인 지원 예산은 127억 원으로 확대되며, 기존 '청년예술가도약지원'은 장르별 4개 사업으로 분리하고 지원 규모를 1.7배 늘려 예술가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한다. 아르코는 이번 개편을 위해 관계자 852명이 참여한 예술 생태계 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변화하는 창작 환경에 맞춰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활용' 가이드도 개정하여, 생성형 AI뿐 아니라 창작 과정의 일부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전트 AI까지 범위를 넓혔다. 가이드는 창작의 중심은 인간 예술가라는 원칙을 제시하며, AI 활용 사실은 지원 신청서에 기재하도록 권장한다. 다만 AI 사용 여부만으로 심의에서 가점이나 감점을 주지는 않으며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사업 계획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심의한다.
이러한 지원 확대는 AI 기술이 예술 창작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간 예술가의 역할과 창의성을 더욱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술의 발전이 예술의 본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고유의 감성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창작 활동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10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가을 야외 문화 행사인 친환경 미술관 장터 '2026 MMCA 마켓'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친환경 가치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을 일상에 확산하는 공공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이번 마켓에서는 70여 개 팀이 참여하여 5개 구역으로 구성된 장터를 운영하며, 친환경 먹거리, 수공예품, 예술 서적 등을 선보인다.
이처럼 문화예술계는 AI 기술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 창작의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 중심의 예술을 지향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미래 예술 생태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발 시대의 예술'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7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신청은 11월 5일 오후 3시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할 수 있다. '2026 MMCA 마켓'은 10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