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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산 철강 '우회 수출' 조사 착수…관세 회피 논란 재점화

중앙저널업데이트 2026.10.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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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2026년 10월 13일 –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우회 수출(circumvention)' 조사에 착수하며 한국 철강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는 기존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넘어, 제3국을 경유하거나 경미한 가공을 통해 관세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단속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한국이 중국산 철강의 '불법 환적 위험 1등급 국가'로 지목된 백악관 보고서 발표 이후 나온 것이어서, 한국 철강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 또는 상계관세가 부과된 품목에 대해 경미한 변경, 제3국 조립 등을 통해 관세를 우회하여 수출하는 행위를 '우회 수출'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 관세법 19 USC § 1677j는 제3국에서 완성되거나 조립된 상품, 경미하게 변경된 상품 등의 수출을 우회 수출의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철강업계의 제소 또는 상무부의 직권으로 개시될 수 있으며, 조사 절차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첫째, 이해관계인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해 조사가 시작된다. 둘째, 조사 개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해관계인(신청인 제외)은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셋째, 조사 대상 품목 생산자 등에게 Quantity and Value (Q&V) 질의서가 발부되며, 이후 조사 대상 기업이 선정되어 질의서가 추가 발부된다.

넷째, 조사 절차 개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로부터 150일 이내에 예비 판정이 내려지며, 긍정 판정 시 잠정 조치로서 추정된 관세에 해당하는 현금 예치(cash deposit)가 요구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사 개시 통지일로부터 300일 이내(최대 365일까지 연장 가능)에 최종 판정이 내려지며, 우회 수출이 긍정될 경우 기존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가 확장 적용된다.

특히, 미국 상무부는 조사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불리한 가용 정보(Adverse Facts Available, AFA)를 적용하여 불이익을 줄 수 있으며, AFA를 적용받은 기업은 우회 방지 조치 면제를 위한 인증 절차 이용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조사 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번 '우회 수출' 조사는 한국 철강 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한국은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하는 대신 연간 263만 톤에 한해 무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산 철강에 대한 추가 수입 규제를 공식 요구하며 관세할당제(TRQ)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현지시각)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수석고문은 한국을 직접 지목하며 중국산 철강의 불법 환적과 관세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강력한 추가 무역 조치를 예고했다.

백악관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 40개국 이상을 활용하는 우회 수출망을 구축했다고 분석하며 한국을 캐나다, 유럽연합, 인도, 이스라엘, 일본, 멕시코, 대만과 함께 불법 환적 위험이 높은 1등급(Tier 1)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회복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산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재심 예비판정으로 추가 관세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한국 업체가 원재료를 지나치게 싸게 사들였다고 보고 실제 지출한 비용보다 생산원가를 높게 계산하여 덤핑 판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 정부와 철강 업계는 미국의 이러한 무역 규제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종별 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민관 합동 대책회의 및 수입규제 실무 간담회를 개최하여 업종별 예상 피해 및 애로사항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또한, 한국 철강사들은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무역 장벽을 우회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지난 9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제철소인 '현대-포스코 루이지애나 스틸(HPLS)' 착공식을 열고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의 '우회 수출' 조사는 단순히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 '중국산 부품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우회 수출 없음을 입증하기 위한 철저한 소명 노력과 함께,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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